
안녕하세요, 공공기관과 기업의 책자 제작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곽정욱 디자이너입니다.
사례집 기획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디자인이 아니라 사례의 종류가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대회, 공모전, 학습 프로그램처럼 성격이 다른 활동을 한 권에 담아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신 공공기관 담당자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강원 공공기관의 사례집 사례를 함께 보며, 사례 종류가 여러 갈래일 때 원고를 받기 전에 정해야 할 4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사례집 기획의 첫 결정, 무엇으로 묶을까요?
사례가 많아질수록 담당자분은 “가나다순으로 할까, 날짜순으로 할까”부터 고민하십니다. 하지만 독자가 책을 펼치는 이유는 날짜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활동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례집 기획에서 묶음의 기준을 독자가 찾아가는 방식에서 잡으려 합니다.
강원 지역 국립대학인 국립강릉원주대학교 교양기초교육본부의 「2025학년도 교양교육과정 비교과 프로그램 우수성과사례집」이 좋은 예입니다. 이 책은 경진대회, 공모전, 기초학습의 세 갈래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토론·영어 퀴즈·영어 글쓰기·영어 말하기 대회는 경진대회에, 교양교과목 공모전과 서평쓰기, 참여후기 공모전은 공모전에, 학습클리닉과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은 기초학습에 놓였습니다. 프로그램 이름만 늘어놓으면 열 가지가 훌쩍 넘지만, 참여자가 한 일의 성격으로 묶으니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이 분류가 곧 목차이고, 뒤의 모든 작업의 뼈대가 됩니다. 챕터가 정해지기 전에는 원고 양식도, 지면 구성도 잡을 수 없습니다.
2원고 양식과 분량이 제각각이면 어떻게 맞추나요?
프로그램마다 담당 부서와 담당자가 다르면 원고도 제각각으로 옵니다. 어떤 곳은 결과 표만 보내고, 어떤 곳은 긴 후기글을 보냅니다. 이 상태로 사례집 제작에 들어가면 지면마다 밀도가 달라져 한 권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받기 전에 공통 양식부터 만들어 배포하시길 권합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두 층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 고정 항목: 프로그램명, 운영 기간, 대상, 운영 내용 요약처럼 모든 사례에 반드시 들어가는 칸
- 선택 항목: 대회는 결과, 공모전은 수상 작품, 학습 프로그램은 참여 후기처럼 성격에 따라 채우는 칸
여기에 글자 수 상한을 함께 적어 드리면 분량 편차가 크게 줄어듭니다. 고정 항목이 있으면 독자는 어느 사례를 펼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정보를 찾게 됩니다. 선택 항목이 있으면 사례의 개성도 지킬 수 있습니다.
3사진, 표, 포스터는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원고보다 더 자주 문제가 생기는 것이 자료입니다. 위 사례집에는 대회 사진, 결과 표, 포스터가 한 지면에 함께 들어갑니다. 이런 지면을 만들려면 세 가지 자료가 사례마다 빠짐없이 도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료가 원고와 따로 늦게 오거나, 메신저로 압축되어 오면 그 시점에는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아래 내용을 요청 안내문에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 사진은 압축되지 않은 원본 파일로, 사례마다 받을 최소 장수를 정해서 받습니다.
- 표는 이미지 캡처가 아니라 수정 가능한 문서 파일로 받습니다.
- 포스터는 인쇄용 원본 파일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파일 이름에 챕터와 프로그램명을 넣는 규칙을 정해 둡니다.
파일명 규칙이 있으면 수십 개의 자료가 한꺼번에 들어와도 지면에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마감일은 원고와 자료를 같은 날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4챕터를 색과 지면으로 나누면 독자가 길을 잃지 않을까요?
분류가 확정되면 그 분류를 지면에서 눈에 보이게 만드는 단계가 남습니다. 위 사례집은 챕터마다 다른 색을 쓰고, 책 옆면에 색 띠가 보이도록 했습니다. 목차를 펼치지 않아도 책을 살짝 넘기거나 옆면만 봐도 지금 어느 챕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사례가 한 권에 모인 책일수록 이런 안내 장치가 독자의 길잡이가 됩니다.
다만 색 띠는 디자인 단계의 아이디어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기획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챕터가 몇 개인지 확정되어야 색을 몇 가지 준비할지 정할 수 있고, 챕터마다 쪽수가 얼마나 될지 알아야 옆면에서 띠의 위치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판형과 쪽수, 제본 방식은 이 챕터 구성에 맞춰 함께 협의해야 합니다.
결국 순서는 이렇습니다. 분류 체계로 챕터를 정하고, 챕터별 원고 양식을 만들고, 자료 받는 규칙을 정한 뒤, 그 위에 색과 지면 구성을 얹습니다.
정리하면 원고를 받기 전에 정해야 할 4가지는 묶는 기준, 원고 양식, 자료 받는 규칙, 색과 지면의 구분입니다. 이 중 가장 먼저 정할 것은 “무엇으로 묶을 것인가”입니다. 이 기준이 서야 원고 양식과 자료 요청, 색과 지면의 구분까지 이어서 풀립니다. 사례집 발간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시라면, 원고를 모으기 전에 챕터 분류표부터 한 장 그려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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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할 내용을 정확히 짚어내는 원고 기획,
가독성을 극대화하는 감각적인 디자인,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원고 완성도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제 몫을 다하는 사례집 기획이 완성됩니다.